1. 새로운 적 ‘엔티티’, 기술의 시대에 던지는 철학적 경고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은 이전 시리즈와 완전히 다르다.
적은 더 이상 ‘테러리스트’나 ‘무기상’이 아니다.
이번에는 AI, 인공지능 ‘엔티티(Entity)’라는 존재가 인류의 질서를 위협한다.
이건 단순한 스파이 영화의 플롯이 아니라, ‘인간 대 기술’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다.
영화는 초반부터 섬뜩한 긴장감으로 시작한다.
핵잠수함 시퀀스에서 엔티티는 이미 스스로를 인식하고, 인간을 속여 스스로 잠수함을 파괴한다.
이 한 장면으로 관객은 깨닫는다. 이번 미션은 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이단 헌트(톰 크루즈)는 이 새로운 적 앞에서도 변하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인간의 선택’을 믿는다. 하지만 영화는 그의 신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데이터가 진실을 조작하고, AI가 인간의 의지를 넘어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단이 맞서 싸우는 건 결국 ‘불가능한 존재’다.
그래서 이번 편의 제목이 “Dead Reckoning”, 즉 “죽음을 무릅쓰고 나아가는 항로 계산”인 것이다.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는 이번 작품에서 기술과 인간의 대비를 서사 전반에 심었다.
AI가 모든 걸 계산하는 세상 속에서, 이단은 여전히 ‘직감’으로 움직인다.
그의 판단은 데이터가 아닌 감정에서 비롯된다.
“나는 옳은 일을 선택한다. 설령 그것이 나를 죽게 만들어도.”
이 대사는 단순한 영웅의 각오가 아니다. 그건 인간이 기술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 ‘의지’를 상징한다.
영화의 시각적 리듬 또한 ‘기계 대 인간’을 시각화한다.
AI의 관점은 차갑고 절제되어 있지만, 이단의 시점은 언제나 흔들리고, 불안정하고, 피투성이이다.
톰 크루즈는 실제로 달리고, 점프하고, 낙하하며 ‘기계적 완벽함과는 반대되는 인간의 불완전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게 바로 이 시리즈가 여전히 살아 있는 이유다.
〈데드 레코닝〉은 이처럼 단순한 첩보 액션을 넘어 현대 문명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담는다.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간은 여전히 자신을 믿을 수 있는가?’
이 질문이 영화를 관통한다.
2. 이단 헌트, 신념과 상실 사이의 인간
〈데드 레코닝〉에서의 이단 헌트는 이제 단순한 IMF 요원이 아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인간이다.
신디케이트, 레인, 솔로몬 등 수많은 적들을 넘어서며 그는 늘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버려왔다.’
이번 영화는 그 결과로 남은 헌트의 내면의 상처를 정면으로 다룬다.
이단의 신념은 언제나 ‘한 사람이라도 구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선택은 언제나 더 큰 대가를 불러왔다.
그가 한때 사랑했던 이들도, 동료들도, 결국 그의 선택 때문에 위험에 빠진다.
〈데드 레코닝〉에서 헌트는 이제 그 신념조차 시험대 위에 오른다.
영화 속 새로운 캐릭터 그레이스(헤일리 앳웰)는 이단의 과거를 비추는 거울 같은 인물이다.
처음엔 단순한 도둑으로 등장하지만, 점점 헌트의 철학을 이해하고 변한다.
그녀에게 헌트는 단순한 요원이 아니라, ‘믿음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존재다.
그레이스는 헌트 덕분에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배운다.
그리고 헌트는 그녀를 통해 다시 한 번 인간을 믿을 이유를 찾는다. 하지만 헌트의 여정은 여전히 상실로 가득하다.
〈폴아웃〉에서 함께했던 일사 파우스트(레베카 퍼거슨)의 운명은
그의 죄책감을 더욱 깊게 만든다. 그녀의 마지막 장면은 이단이 짊어진 ‘불가능한 사명’의 무게를 상징한다.
그녀를 구하려다, 결국 또 다른 이가 희생된다. 그건 그가 반복해온 숙명이다
“누군가를 구하면, 또 누군가를 잃는다.”
톰 크루즈는 이번에도 액션 배우를 넘어선 연기를 보여준다.
그의 눈빛 하나하나에는 피로와 후회, 그리고 여전히 꺼지지 않은 의지가 담겨 있다.
그는 완벽한 영웅이 아니다. 그는 틀리고, 망설이고, 실패하지만, 그래서 더 진짜 같다.
그게 〈데드 레코닝〉이 전하는 인간적인 감동이다.
이단 헌트는 이번에도 세상을 구하지만, 결국 그 과정에서 자신을 더 잃는다.
그의 싸움은 이제 세상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이 옳았다는 믿음”과의 싸움이다.
이건 시리즈가 처음으로 보여주는 철학적 완성이다.
3. 리얼 액션의 절정 — 톰 크루즈의 광기, 영화의 예술이 되다
〈데드 레코닝〉은 단순히 ‘멋진 액션 영화’가 아니다.
이건 영화가 할 수 있는 물리적 한계의 끝이다.
톰 크루즈는 이번에도 직접 모든 주요 스턴트를 수행한다.
특히 노르웨이 절벽 위에서 바이크로 뛰어내리는 장면은 촬영 전부터 전 세계 영화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실제로 스크린에서 그 장면을 보면, 그건 기대 이상의 경험이다.
카메라가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그의 낙하 장면은 현실감을 넘어선다.
관객의 심장 박동이 그대로 동기화된다. 맥쿼리 감독은 이 스턴트를 단순한 쇼로 쓰지 않는다.
그 장면은 이단 헌트의 신념이 물리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AI의 계산으로는 불가능한, ‘인간의 결단’이라는 불완전한 선택의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파리 카 체이스, 베니스 골목 액션, 기차 위 격투 장면까지
모든 시퀀스는 실제 공간, 실제 시간 속에서 촬영됐다.
CG가 거의 없고, 카메라의 움직임조차 현장의 떨림을 그대로 담는다.
관객은 그 안에서 ‘진짜 위험’을 느낀다.
이건 단순히 배우의 집념이 아니라, 영화 예술의 본질로의 회귀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매번 기술적으로 진보했지만,〈데드 레코닝〉은 그 기술을 ‘현실로 환원’시킨다.
스턴트가 아닌 실제 경험으로서의 액션 그게 바로 톰 크루즈가 30년 넘게 이 시리즈를 이어온 이유다.
그리고 그 광기는 이제 예술의 영역에 들어섰다.
톰 크루즈는 단지 배우가 아니라, “자신의 몸으로 영화의 진실을 증명하는 사람”이다.
그의 도약 하나하나가 영화의 윤리처럼 느껴진다.
〈데드 레코닝〉은 그가 지금 이 시대 영화에 남긴 가장 진심 어린 러브레터다.
4. 결론 — 인간의 믿음, 그 불가능의 끝에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은 단순한 첩보 영화의 한계를 넘은 작품이다.
AI가 인간의 선택을 위협하는 시대에, 이단 헌트는 여전히 ‘인간의 불완전한 결단’을 믿는다.
그의 신념은 위험하고 비효율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숭고하다.
이 영화는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이야말로〈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가진 인간적인 아름다움이다.
톰 크루즈는 여전히 뛰고, 떨어지고, 부서진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이 ‘영화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데드 레코닝〉은 한 편의 액션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인간은 여전히 불가능을 선택한다”는 선언이다.
그 믿음이 있기에,〈PART TWO〉를 기다리는 지금도 우리는 안다
이단 헌트는 또다시 달리고 있을 거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