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을 마신 다음 날 나타나는 속쓰림이나 복통은 흔히 숙취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이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고 반복되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단순한 음주 후유증이 아니라 급성 염증성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위, 장, 췌장, 담낭과 같은 소화기관에 발생하는 염증은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만성 질환이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속되는 속쓰림, 단순 숙취와의 차이
일반적인 숙취로 인한 속쓰림은 알코올이 위 점막을 일시적으로 자극하면서 발생한다. 이 경우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 가벼운 식사만으로도 하루 이틀 내에 증상이 완화되는 것이 보통이다. 통증의 강도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급성 염증성 질환에서 나타나는 속쓰림은 양상이 확연히 다르다.
염증으로 인한 속쓰림은 공복 상태에서도 발생하고, 식사 후에는 오히려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또한 제산제나 소화제를 복용해도 일시적인 완화만 있을 뿐 근본적인 호전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밤에 누웠을 때 통증이 심해지거나, 새벽에 속쓰림 때문에 잠에서 깨는 경험이 반복된다면 염증성 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위염이나 십이지장염과 같은 질환은 단순 속쓰림 외에도 명치 통증, 속이 더부룩한 느낌, 식사량 감소, 잦은 트림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이 숙취와 매우 유사해 스스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숙취는 특정한 음주 이후에만 나타나는 반면, 염증성 질환은 음주 여부와 관계없이 반복적으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염증이 진행되면 위 점막이 손상되면서 출혈이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해 빈혈, 어지럼증, 전신 피로감과 같은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 숙취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으므로, 증상의 지속성과 동반 증상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복통과 함께 나타나는 급성 염증성 질환
속쓰림과 동시에 복통이 동반된다면 급성 염증성 질환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급성 위염, 급성 췌장염, 담낭염, 장염 등이 있다. 이 중 급성 췌장염은 음주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상복부에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며, 통증이 등이나 옆구리 쪽으로 퍼지는 것이 특징이다.
급성 췌장염의 경우 누워 있을 때 통증이 심해지고, 상체를 앞으로 숙이면 통증이 다소 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일반적인 숙취나 소화불량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특징적인 양상이다. 또한 구토를 반복해도 통증이 줄어들지 않고, 미열이나 고열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담낭염이나 담석으로 인한 염증 역시 술을 마신 다음 날 복통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있다. 오른쪽 상복부에 통증이 집중되며, 기름진 음식을 섭취한 후 통증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이와 함께 오한, 발열, 구토가 나타난다면 단순한 숙취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염증이 악화될 경우 담관 폐쇄나 패혈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평소 잦은 음주, 고지방 식습관, 스트레스가 많은 생활을 하고 있다면 이러한 염증성 질환의 발생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따라서 복통이 반복되거나 통증의 강도가 이전보다 심해졌다면 빠른 시일 내에 의료기관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숙취로 넘기지 말아야 할 위험 신호
속쓰림과 복통이 있다고 해서 모두 심각한 질환은 아니지만,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위험 신호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신호는 통증이 2~3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다. 일반적인 숙취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호전되지만, 염증성 질환은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진통제나 제산제를 복용해도 증상이 거의 개선되지 않는다면 염증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열, 반복적인 구토, 검은색 변, 황달 증상이 동반된다면 즉각적인 진료가 필요하다. 검은색 변은 위나 십이지장에서 출혈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의미하며, 황달은 담도나 간, 췌장과 관련된 문제를 시사할 수 있다.
술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속쓰림이나 복통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면 이미 만성 염증으로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상태를 방치하면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재발 위험도 높아지므로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론
속쓰림이나 복통을 단순 숙취로 생각하고 넘기는 습관은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며칠 이상 지속된다면 급성 염증성 질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기에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몸이 보내는 작은 이상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이며, 절제된 음주 습관과 규칙적인 식사, 스트레스 관리가 염증성 질환을 막는 첫걸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