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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 리뷰 – 총성과 함께 깨어나는 역사

by bloggerjinkyu 2025.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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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립션

최동훈 감독의 2015년 작품 암살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첩보 액션 영화로, 허구와 사실을 절묘하게 엮어낸 탄탄한 서사와 몰입감 넘치는 연출로 극장가를 강타한 작품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비밀리에 계획한 ‘암살 작전’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엮이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조진웅, 최덕문, 오달수 등 충무로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하여 당대의 혼란과 갈등, 그리고 저마다의 신념을 담아낸 이 작품은 단순한 오락 영화 이상의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1. 세 명의 저격수, 세 개의 운명 – 엇갈린 과거와 교차하는 목표

영화는 1933년,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일본군 장군 ‘카와구치’와 친일파 ‘강인국’의 암살을 계획하면서 시작된다. 작전을 위해 선택된 세 명의 암살단 —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폭탄 전문가 황덕삼(최덕문), 기계공 속사포(조진웅) — 이 서울로 잠입하면서 영화는 본격적인 서사에 돌입한다.

  • 안옥윤의 삶, 그리고 숨겨진 진실
    안옥윤은 영화의 중심 인물이다. 냉철한 저격수이자,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독립운동가로 등장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녀가 가진 가족사와 쌍둥이 자매라는 설정이 드러난다.
    그녀의 존재는 단순히 작전 수행의 도구가 아니라, 역사의 상처를 품은 존재로 확장된다.
    전지현은 이전까지의 화려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진지하고 절제된 감정 연기로 강인한 여성 독립군을 표현해내며 놀라운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 속사포와 황덕삼 – 유쾌하지만 진지한 전우애
    조진웅과 최덕문이 연기한 두 인물은 영화의 긴장 속에서도 숨 쉴 틈을 주는 유머와 인간미를 전달한다. 그들은 결코 영웅적이지 않고, 오히려 평범한 사람이지만, 자신들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두 사람의 전투 장면은 물론, 마지막 선택 앞에서의 태도는 "진짜 독립운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 암살과 운명의 엇갈림
    작전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일본군과 밀정의 추격 속에 암살단은 점점 고립된다. 이 과정에서 인물들은 각자의 과거와 맞서야 하고, 특히 안옥윤은 본인의 정체성과 국가에 대한 충성 사이에서 깊은 내면의 갈등을 겪는다.

이러한 서사는 “누구를 위한 싸움이었는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며, 단순한 총격 액션이 아닌 인물 간의 심리전정체성의 서사로 작품을 확장시킨다.


2. 밀정의 그림자 – 이정재의 냉철한 존재감

영화 속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 중 하나는 이정재가 연기한 염석진이다. 한때는 독립운동가였지만, 지금은 일본에 협력하는 조선인 출신 경부, 즉 밀정이다.

  • 염석진, 가장 위험한 ‘한국인’
    염석진은 독립운동가들을 쫓는 입장에 서 있으면서도, 과거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간다. 그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정보력’과 ‘조선인이라는 이중성’이다.
    관객은 염석진을 통해, 단순한 악인으로서의 친일파가 아닌, 생존과 야망 사이에서 무너진 인간의 초상을 보게 된다.
  • 이정재의 절제된 연기
    이정재는 무표정 속에서도 긴장감을 조절하고, 몇 마디 대사로 캐릭터의 서늘함을 드러낸다. 특히 영화 후반, 자신의 죄를 마주한 순간 보여주는 흔들리는 눈빛은, 악역이지만 결코 단편적이지 않은 내면을 암시한다.
    그가 밀정으로 살아오며 어떤 선택을 해왔고, 왜 그 선택이 그의 생을 정의했는지를 묘사하는 방식은 관객의 분노와 동시에 복잡한 감정의 동요를 불러일으킨다.
  • “우린 독립돼도, 너 같은 놈은 살아남지 못해.”
    극 중 인물의 대사 한 줄은 염석진이라는 인물이 상징하는 역사의 단죄를 대변한다. 암살은 단지 일본인을 적으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동족을 배신한 자들에 대한 통렬한 고발을 중심에 놓으며 진짜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일 수 있음을 환기시킨다.

3. 총성과 함께 피어난 메시지 – 기억해야 할 우리의 이야기

암살은 상업적 완성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영화지만, 그 중심에는 역사적 기억의 복원이라는 강한 메시지가 자리 잡고 있다.

  •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영화는 ‘만약 우리가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기억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희생은 어디로 사라지는가’라는 질문을 품고 있다.
    영화는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각 캐릭터들이 누군가의 이름 없는 희생을 모티프로 하여 창조되었기에 더욱 현실적이다.
    실제로 안옥윤은 남자 중심의 독립운동 역사 속에서 여성 독립운동가의 존재를 상징적으로 되살리는 역할을 한다.
  • 화려한 오락성 속에 감춰진 묵직한 무게
    영화는 대규모 총격전, 잠입, 추격 등의 요소로 관객의 몰입도를 끌어올리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마주해야 할 질문은 더 깊다.
  • "진정한 애국이란 무엇인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든 이들은 무엇을 바랐는가?"
    "우리는 그들의 뜻을 오늘에 어떻게 계승하고 있는가?"
  • 끝나지 않은 이야기
    영화의 마지막 장면, 염석진이 ‘친일 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라가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단지 과거를 되짚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지는 친일 청산의 문제정의 구현의 숙제를 상기시킨다.
    암살은 단지 1930년대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현재 우리가 어떻게 역사를 기억하느냐에 따라, 이 영화는 계속해서 새로운 의미를 던진다.

결론

암살은 단순한 역사극도, 전형적인 액션영화도 아니다.
그 안에는 실패한 시대 속에서 버티며 싸웠던 사람들의 피, 땀, 신념이 살아 숨 쉰다.

✔️ 치밀한 연출과 서스펜스 넘치는 전개
✔️ 연기파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열연
✔️ 역사와 현재를 잇는 강렬한 메시지

"누가 진짜 영웅이었는가?"
"그 이름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는가?"

암살은 그 질문을 총성과 함께 묻는다. 그리고 관객은 대답 대신 가슴 깊이 무언가를 새긴 채 극장을 나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