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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원 아이드 잭은 2006년작 《타짜》, 2014년작 《타짜: 신의 손》에 이은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원작 만화 ‘타짜 3부’를 바탕으로, 이번에는 포커를 중심으로 도박의 무대가 화투에서 한층 넓어진다.
감독은 권오광, 주연은 박정민, 류승범, 최유화, 이광수, 임지연, 권해효 등 실력파 배우들이 모여 새로운 도박판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전작들과 연결되기보단 독립된 이야기로 전개되며, ‘원 아이드 잭’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개성 강한 타짜들의 팀플레이와 배신, 반전이 중심 축이 된다. 그러나 ‘타짜’라는 제목이 주는 기대치에 비해, 아쉬움도 적지 않다.
1. 새로운 세대의 타짜들 – 개성과 재능의 충돌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일출’(박정민)이다. 그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중, 우연한 기회에 포커판에 들어서게 되고, 전설의 타짜 ‘원 아이드 잭’(류승범)의 눈에 들어 특별 팀의 일원으로 발탁된다.
- 박정민, 타짜가 되기엔 아까운 착한 청춘
박정민이 연기한 일출은 머리는 좋지만, 도박판의 냉혹함에는 익숙하지 않은 인물이다. 천부적인 카드 감각과 빠른 수읽기를 지녔지만, ‘사람을 읽는 감각’은 아직 부족하다.
그는 도박판보다는 인간적인 감정에 더 쉽게 흔들리고, 팀의 계획보다 양심을 따르려 한다. 그런 점에서 전작의 고니나 대길보다 더 현실적이고 평범한 타짜다. - ‘원 아이드 잭’ 팀 –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
류승범이 연기한 리더 ‘애꾸’는 카리스마 있는 타짜이자, 과거의 큰 판에서 사기를 당한 후 복수를 꿈꾸는 인물이다.
이광수는 해킹과 기계 조작에 능한 ‘핍’ 역을 맡아 영화에 유쾌한 리듬을 더하고, 최유화는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감각의 ‘미나’, 임지연은 감정과 본능으로 움직이는 ‘영미’로 등장한다.
이들은 각각 타짜판의 기술, 매력, 전략, 감정을 상징하며, 함께 작전을 꾸며가는 과정은 오션스 일레븐을 연상케 하는 팀무비의 재미를 준다. - 그러나 깊지 못한 캐릭터 서사
문제는 이 캐릭터들의 개성이 잘 보이지만, 이들의 내면이나 서사는 얕게 다뤄진다는 점이다.
캐릭터가 많고, 각자의 서사가 분산되다 보니 정작 주인공 일출조차 감정의 깊이를 보여주기 어려워졌고, 팀의 관계 역시 기대만큼 응집되지 못한다.
도박판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배신, 선택의 순간들이 충분한 감정적 설득력을 갖추지 못한 채 흘러가 아쉬움을 남긴다.
2. 포커라는 새로운 판 – 스타일은 있지만 긴장은 덜하다
전작들이 화투 중심의 도박을 다뤘다면, 원 아이드 잭은 **‘포커’**를 중심으로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도박 세계를 보여준다.
하이테크한 카지노, 해외 밀항, 해킹 장비, 영상 판독 등 현대적 요소가 가미된 세련된 도박판이 펼쳐진다.
-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편집
카드 한 장이 내려올 때의 슬로우모션, 심리전을 드러내는 카메라 무빙, 손짓과 눈빛을 강조하는 클로즈업 등은 도박의 몰입감을 살리기 위한 세련된 연출이다.
특히 해외 카지노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판은 비주얼적으로나 구성적으로 기존 시리즈와 확연히 다른 스케일감을 보여준다. - ‘도박’보다는 ‘작전’에 초점이 맞춰진 구성
영화의 큰 줄기는 결국 ‘작전’이다. 팀이 하나의 목표를 두고 협력하며, 상대를 속이기 위한 술수를 준비하는 과정은 범죄오락물의 공식을 따른다.
때문에 전통적인 타짜들이 펼치던 패를 읽고, 심리를 흔드는 도박의 묘미는 다소 약해졌고, 대신 작전의 성공과 실패에 따른 긴장감이 중심에 놓인다. - ‘심리 게임’의 밀도가 부족한 점
문제는 이 작전들이 예상보다 쉽게 풀리거나, 또는 급작스럽게 꼬이는 경우가 많아 도박의 ‘쫄깃함’이 덜하다는 것이다.
상대의 표정 하나, 손의 떨림 하나에도 숨이 멎던 전작들과 비교해 보면, 이 영화는 기술적 플롯은 정교하지만, 심리적인 압박감은 부족하다.
결국, 타짜 특유의 ‘긴박한 대결 구도’는 다소 희미하게 느껴진다.
3. ‘타짜’라는 이름의 무게 – 계보의 한계와 가능성
타짜: 원 아이드 잭은 전작들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많지 않지만, ‘타짜 시리즈’의 이름을 달고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비교 대상이 된다.
그리고 이 점이 영화의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하다.
- ‘타짜’다운 미학과 철학은 아쉬워
타짜1의 평경장이 했던 말,그러나 원 아이드 잭은 기술적 연출과 서사 구조는 잘 갖췄지만, 그런 철학적 울림은 약하다.
도박판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신뢰, 배신, 생존을 말하던 깊이가 옅어졌고, 도박의 상징성보다는 외형적 스토리텔링에 집중했다. - “기술은 내가 가르쳐줄 수 있어. 하지만 사람은 못 이겨.”
이런 대사는 단순히 멋진 말이 아니라, 영화 전체가 관통하는 철학이자 분위기였다. - 세대를 바꿨지만, 무게는 가볍다
배우들의 연기는 준수하고, 비주얼도 스타일리시하다. 하지만 캐릭터들의 서사와 감정이 얇고, 사건의 전개가 빠르면서도 깊이가 부족하다 보니, 관객에게 ‘기억될 명장면’이나 ‘잊히지 않을 대사’가 남기 어렵다.
타짜1의 곽철용, 타짜2의 대길처럼 압도적인 존재감의 캐릭터가 부재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 그래도 시리즈 확장의 시도는 유의미
포커라는 새로운 소재, 팀플레이 중심의 전개, 젊은 배우들의 활약 등은 시리즈의 방향성과 스펙트럼을 넓히는 시도로서 긍정적이다.
단, ‘타짜’라는 이름에 기대어 ‘무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음 편에서는 다시금 깊이와 심리전 중심의 내러티브 회복이 필요해 보인다.
결론
타짜: 원 아이드 잭은
✔️ 세련된 연출과 스타일로 무장한 새로운 세대의 도박 영화이자,
✔️ 팀플레이와 작전 중심의 플롯으로 신선함을 주지만,
✔️ 시리즈 특유의 묵직함과 인간심리의 정교함은 부족한 작품이다.
‘타짜’라는 이름을 달았기에 기대했던 그 강렬한 판맛은 다소 흐려졌지만,
새로운 색깔의 시도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발걸음이다.
“도박은 결국 사람이 이긴다”는 철학이,
다시 시리즈의 중심으로 돌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