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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승 리뷰 – 승리는 숫자가 아니라 마음으로 완성되는 것

by bloggerjinkyu 2025.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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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립션

2024년 개봉작 1승은 감독 신연식 특유의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완성된 스포츠 드라마다.
주인공은 이제 막 창단된 생활체육 여자 배구단의 감독으로 발탁된 남자 ‘우진’,
그리고 그와 함께 단 한 번의 승리를 위해 코트 위에 오른 이름도 없는 선수들이다.

이 영화는 거창한 챔피언십도, 극적인 역전승도 없다.
대신, 하나의 팀이 만들어지고, 한 번의 승리를 위해 흐트러진 마음이 하나로 모여가는 과정을 차분하게 담아낸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승리’란 무엇인가를 조용히, 그러나 뚜렷하게 되묻는다.


1. 실패한 남자와 버려진 팀 – 모두가 잊고 있던 꿈

1승의 주인공 우진(송강호)은 과거 유망했던 배구선수 출신이지만,
지도자로서 이렇다 할 경력을 쌓지 못한 채 인생의 변방에 밀려난 인물이다.
그런 그가 뜻하지 않게 생활체육 여자 배구단 감독직을 제안받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 무너진 꿈 위에서 다시 시작된 삶
    우진은 더 이상 야망도 없고, 미래에 대한 기대도 사라진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배구를 좋아하고, 코트 위에 서는 것만으로도 살아 있음을 느낀다.
    그가 이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기회’가 아니라 ‘마지막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우진의 얼굴에 깃든 무기력과 희망 사이의 미세한 떨림을 놓치지 않는다.
  • 이름 없는 선수들, 살아가는 방식으로서의 스포츠
    우진이 맡게 된 배구단은 기업이 후원하는 엘리트팀이 아닌,
    생활체육단 소속의 아마추어 선수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삶의 무게에 떠밀려 배구를 놓았거나,
    한때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 가능성을 증명할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
    이다.
    배구는 이들에게 직업이 아니라, 단지 포기할 수 없었던 무언가였다.
  • 처음부터 끝까지 ‘진심’에 집중하는 이야기
    영화는 이 팀이 전국체전을 준비하면서 겪는 과정을
    훈련 → 충돌 → 성장이라는 익숙한 구조로 풀어나가지만,
    그 안에 흐르는 정서는 매우 다르다.
    모든 순간이 승리를 위한 투쟁이 아니라, 삶을 견디는 과정처럼 그려진다.
    그래서 이들의 경기는 ‘게임’이 아니라 ‘생존’에 가깝다.

2. 하나가 되지 않아도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

스포츠 영화의 핵심은 대개 ‘팀워크’다.
하지만 1승은 이조차도 달리 본다.
서로 너무 다른 배경과 상처를 가진 이들이 완벽히 하나로 뭉치지 않아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순간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메시지
를 전한다.

  • 송강호, 가장 인간적인 감독의 얼굴
    송강호는 리더이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는 아니다.
    그는 잔소리를 많이 하고, 훈련 도중 자책하기도 하며, 선수들에게 휘둘리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그런 모습들 속에서 우리는 진짜 ‘감독’의 의미를 발견한다.
    사람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그 사람이 가진 속도를 인정해주는 존재.
    송강호는 특유의 유연한 연기로 이 ‘삐걱대는 리더’를 누구보다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 갈등 없는 팀은 없다. 중요한 건 그 후다
    선수들은 서로 충돌하고, 자격을 의심하며, 때로는 팀을 떠나려 한다.
    특히 각각의 인물이 안고 있는 가정사, 경제적 문제, 신체적 제약 등은
    단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팀 스포츠란 결국 개인의 삶과 얽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하지만 이 갈등들이 폭력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시간과 대화를 통해 조금씩 흡수되는 과정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 하나로 묶이지 않는 팀, 그러나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는 존재들
    팀은 끝까지 완전해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코트 밖에 남고, 누군가는 이기고도 울고,
    또 누군가는 지고도 웃는다.
    이 다양함 속에서 영화는 말한다.
  •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긴 것이다.”

3. 단 하나의 승리, 그 이상의 의미

제목처럼, 영화는 ‘1승’에 집착한다.
하지만 그 승리는 단순히 스코어보드 위의 숫자 1이 아니다.
그 안에는 각자의 인생이, 감정이, 시간과 후회가 고스란히 얹혀 있다.

  • ‘1승’은 누군가에게는 첫 번째이고, 누군가에게는 마지막이다
    이 팀에게 전국체전은 단 한 번의 기회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더 이상 프로 무대를 바라보지 않고,
    감독 역시 두 번째 기회는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이 1승은 단순한 승리가 아닌, ‘우리가 여기 있었다’는 증명이다.
    영화는 이를 아주 절제된 방식으로 보여준다.
    승리의 순간조차 조용하고, 감정은 크지 않지만,
    그 안에서 인물들은 자신과 화해하고, 서로를 인정한다.
  • 관객의 심장을 울리는 건 ‘경기’가 아니라 ‘사람’
    후반 경기 장면은 매우 사실적으로, 그러나 감정적으로 촘촘하게 짜여 있다.
    공 하나, 몸짓 하나에 모든 캐릭터의 서사가 실린다.
    이 장면에서 관객은 승부보다 더 큰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미 승리였음을.”
  • 영화는 끝났지만, 응원은 계속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관객의 마음에는 한 가지 바람이 남는다.
    “이 사람들, 지금 어디서 잘 살고 있을까?”
    그것은 이 영화가 단순히 스포츠 장르를 넘어,
    사람을 응원하는 영화로 남았다는 증거
    다.

결론

1승은
✔️ 거창하지 않지만 진심이 있는 이야기로,
✔️ 스포츠라는 틀 안에서 인생을 말하고,
✔️ 숫자보다 사람의 무게를 기억하게 만드는 소중한 영화다.

“우리가 원한 건 이기는 게 아니라, 버티는 거였어요.”
그 말 한마디가 영화 전체를 요약한다.
1승은 모든 버티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다.
그리고 그 모든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이렇게 말해준다.

“당신도, 이미 충분히 이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