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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플릿> 리뷰 – 틈 사이로 피어나는 희망과 인연의 이야기

by bloggerjinkyu 2025.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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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스플릿’처럼 갈라진 인생, 다시 하나가 되다

영화 <스플릿>은 보통의 스포츠 영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경쟁보다 중요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제목 ‘스플릿(Split)’은 볼링에서 한 번에 쓰러뜨리기 어려운 상황을 의미합니다.
핀들이 갈라져 있는 모습처럼, 삶이 어긋난 사람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제목이기도 하죠.

주인공 윤철종(유지태)은 과거 볼링 국가대표 출신이었지만,
도박 볼링에 연루되어 모든 것을 잃고 한물간 선수로 살아가고 있는 인물입니다.
한때는 촉망받던 선수였지만, 지금은 술과 빚, 그리고 회한 속에 살아가고 있죠.

그런 철종 앞에 나타난 장하람(이대연 분)은 지적장애를 가진 청년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그 누구보다 순수한 마음과 뛰어난 볼링 실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철종은 하람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도박 볼링판에 데려오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하람을 이용하려 했던 철종은 점점 그의 순수함에 영향을 받게 되고,
오히려 자신이 다시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을 배우게 됩니다.
이 둘 사이의 관계는 점점 이용과 목적이 아닌, 진심과 우정으로 바뀌어 갑니다.

그렇게 갈라졌던 삶의 핀이, 조금씩 하나의 방향으로 굴러가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는 바로 그 다시 연결되는 인연의 흐름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2. 🎭 유지태와 이대연의 연기 시너지 – 무너진 사람과 맑은 사람

<스플릿>의 진짜 힘은 유지태와 이대연, 두 배우의 강렬한 연기 합에서 나옵니다.
유지태는 이번 작품에서 좌절과 회한, 그리고 다시금 희망을 품는 중년 남성의 복합적인 감정을 절묘하게 소화해 냅니다.
과거의 실수와 실패에 눌려 있는 철종이라는 인물은 자칫하면 진부할 수 있지만,
유지태는 특유의 묵직한 존재감과 섬세한 표정 연기로 그를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냅니다.

반면 이대연이 연기한 장하람은, 세상과는 다르게 흐르지만 자신만의 순수함을 지닌 인물입니다.
하람의 눈빛과 말투, 행동 하나하나는 전형적인 캐릭터가 아닌,
실제로 우리가 마주할 수도 있는 현실적인 인물로 그려졌습니다.
이대연은 이 어려운 캐릭터를 감정적으로 과하지 않게, 그러나 깊이 있는 연기로 표현해내며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이 둘의 관계는 단순히 ‘선수와 파트너’의 관계를 넘어섭니다.
각자의 결핍을 채워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삶의 이유가 되는 존재로 성장합니다.
이 과정은 전형적인 멘토-멘티 구조가 아니라,
양방향의 정서적 치유라는 점에서 더 큰 감동을 줍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두 사람 사이에 쌓인 신뢰가 드러나는 장면들은
잔잔하면서도 울림 있는 힘이 있으며,
볼링이라는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던져줍니다.


3. 💥 스포츠보다 중요한 승리 – 진심이 통하는 순간

<스플릿>은 겉으로는 볼링이라는 스포츠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실제로는 사람 사이의 진심, 상처의 회복, 그리고 진짜 승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영화 속 볼링 장면들은 리얼하면서도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카메라 워크나 편집이 역동적이진 않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볼링의 ‘멈춤과 집중’이라는 특성이 잘 살아나고,
긴장감 있는 시합 장면들에서는 관객들도 함께 숨죽이게 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건, 경기 외적인 장면들입니다.
하람이 철종에게 말없이 핀을 정리해주던 장면,
철종이 하람에게 “넌 꼭 이기지 않아도 돼”라고 말하는 장면처럼
작은 행동 하나, 짧은 대사 한 줄이 서로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순간들입니다.

특히 마지막 시합 장면은
관객들이 예상하는 스포츠 영화의 ‘역전 드라마’를 일부러 비켜갑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겼다, 졌다’의 결과보다,
그 시합에 임하는 태도,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변화와 선택이 진짜 결말이라는 걸 말해주죠.

영화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합니다.

“삶에서 가장 큰 승리는, 진심이 통할 수 있는 관계를 얻는 것이다.”


🎯 총평 – 조용하지만 묵직한 한 방, 감동의 ‘스트라이크’

<스플릿>은 화려하지 않고, 극적인 클라이맥스도 자제하며
잔잔하게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영화입니다.

유지태와 이대연의 절제된 연기, 감독의 섬세한 연출,
그리고 볼링이라는 스포츠를 통해 전달하는 인생의 은유가
훌륭하게 어우러져, 관객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따뜻한 울림을 줍니다.

볼링에서 스플릿 상황은 성공 확률이 낮지만,
두 핀 사이의 정확한 공 하나로 모든 것이 바뀔 수 있습니다.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어긋난 관계, 실패한 선택, 무너진 자존감도
어느 한 순간, 누군가의 진심으로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으니까요.

<스플릿>은 바로 그 ‘틈 사이’를 노리는 영화입니다.
우리가 놓치고 지나친 것들, 그 사이에 피어나는 사람의 진심을 놓치지 않고 보여주는 조용한 걸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