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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설국열차> 리뷰 – 달리는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계급과 혁명의 기록

by bloggerjinkyu 2025.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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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세상의 끝, 열차 안에서 시작된 또 다른 사회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인류의 실험이 실패하면서
전 지구가 빙하기에 빠지고,
소수의 생존자들이 탑승한 한 대의 열차 안에서 인류의 생존이 계속되고 있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됩니다.

열차라는 폐쇄된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철저히 구분된 계급적 구조.
이 설정만으로도 <설국열차>는 단순한 SF나 액션 장르를 넘어서
정치적 은유와 사회적 메시지를 날카롭게 던지는 수작입니다.

열차의 맨 뒤 칸에는 가장 낮은 계급의 사람들이,
맨 앞 칸에는 특권을 누리는 상류층이 탑승해 있으며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설정이 아니라,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가진 계층 구조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생존’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가진 인간들이
그 생존을 위한 방식에서 얼마나 잔인하고도 이기적으로 변모할 수 있는지,
그리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권력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극 초반, 꼬리칸 사람들이 무기 없이 체제를 향해 반란을 시작하는 장면
작은 희망에서 출발해
큰 현실에 부딪히는 인간 본연의 투쟁 본능을 매우 현실감 있게 그려냅니다.


2. 🔥 반란과 진실 – 정당한 투쟁인가, 조작된 질서인가

이 영화의 중심 서사는
맨 뒤 칸의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를 중심으로 한 반란입니다.
커티스는 열차 내 차별과 폭압적 통제에 분노하고,
동료들과 함께 앞칸으로 진격하며 열차의 실체를 마주하려는 혁명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혁명이 단순히 정의롭고 순수한 ‘계몽의 여정’은 아닙니다.
각 칸을 지나면서 보여지는 다양한 모습들—
사치에 젖은 상류층, 교육을 받는 아이들, 기이한 종교적 의례 등은
이 사회가 얼마나 철저히 기획되고 구조화된 체제 속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영화의 절정부에 다다르면,
관객은 커티스의 과거와 함께
지금의 이 열차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윌포드(에드 해리스)가 이 체제를 어떻게 설계해왔는지를 듣게 되면서
단순한 이분법적 구조(착한 반란군 vs 나쁜 지배자)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결국 윌포드는 커티스에게

“너야말로 내 후계자야.”
라고 말하며 그에게 열차의 ‘운영자’ 자리를 제안합니다.
이는 커티스가 싸워온 혁명이 결국 또 하나의 체제를 만들어내는 수단에 불과했을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를 제시합니다.

이 지점에서 <설국열차>는 질문을 던집니다.
“체제를 뒤엎는 자는, 결국 또 다른 체제가 되는가?”
“우리는 진짜 자유를 향해 가고 있는가, 아니면 정해진 레일을 달리는 또 다른 기차에 탑승한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은 영화가 말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이 영화를 더욱 깊이 있고,
오랜 시간 곱씹게 만드는 이유가 됩니다.


3. 🌍 파괴인가, 재시작인가 – 모든 것을 끝내고 얻는 자유

영화의 마지막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커티스는 기차의 조종권을 넘겨받는 대신,
열차 밖으로 나가는 선택을 합니다.
그는 모든 것을 끝낼지언정
이 체제 안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에는 더 이상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을 함께하는 인물은,
어린 소녀 ‘요나(고아성)’와 그 아버지 ‘남궁민수(송강호)’입니다.
민수는 애초부터 열차 안의 체제를 타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열차 밖으로 나가는 가능성, 즉 자유를 믿고 있었던 인물이었습니다.

눈 덮인 바깥세상은 척박하고 차갑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백곰 한 마리의 등장으로 ‘생명의 가능성’을 암시하며,
이 선택이 파멸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암시합니다.

봉준호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기존 체제를 파괴해야만 새로운 질서가 가능하다는 급진적 메시지를 제시하면서도,
그 희망조차도 확실하지 않다는 현실의 차가움을 함께 보여줍니다.

이 영화가 단순히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정치철학적 논의, 계급 구조, 생존 윤리까지 아우를 수 있었던 이유는
이처럼 모든 설정과 대사가 다층적인 상징과 의미를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마지막 장면은

“어쩌면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이 사회라는 열차는
계속해서 달릴 뿐, 멈출 줄 모르는 기계일지도 모른다.”
라는 메타포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 총평 – 눈 내리는 세상에서, 인간이 만든 열차가 멈추는 순간

<설국열차>는 단순한 SF나 재난 영화가 아니라, 철저한 인간사회에 대한 통찰입니다.
특히 봉준호 감독 특유의 사회풍자와 장르의 융합,
그리고 상업성과 메시지를 동시에 잡은 연출력
이 돋보입니다.

폐쇄된 공간이라는 설정,
계급을 상징하는 칸칸이의 모습,
그리고 ‘진보는 어디를 향해 가는가’에 대한 질문은
2025년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고민입니다.

크리스 에반스의 감정 절제된 연기,
송강호와 고아성의 강한 존재감,
틸다 스윈튼의 기괴한 카리스마,
그리고 윌포드라는 절대 권력의 상징까지
모든 인물들이 이 거대한 열차 안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않은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열차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그 질문을 끊임없이 되뇌게 만드는 영화 <설국열차>.
극적인 결말보다 더 극적인 건
그 안에 담긴 진실과 은유의 깊이입니다.